K-그라피 이존영 기자 | 윤동주의 시 「조개껍질」은 버려진 것들의 침묵을 오래 바라보는 시다. 파도가 지나간 뒤 남은 조개껍질은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지만, 그 자리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황나현 작가의 K-그라피는 이 시의 시선을 바다 가장자리로 데려온다. 작품 하단에 흩어진 조개껍질들은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 삶이 남기고 간 기록물이다. 붓으로 적힌 시의 문장은 단정하지 않다. 고르지 않은 획, 일부러 남긴 멈춤은 바닷가의 리듬과 닮아 있다. 파도는 늘 같은 방식으로 밀려오지 않듯, 삶 또한 같은 상처를 같은 말로 남기지 않는다. 황나현 작가는 그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는다. 대신 그대로 둔다. K-그라피의 미덕은 정리보다 수용에 있기 때문이다. 모래 위의 조개껍질은 한때 살이었고, 지금은 껍질이다. 그러나 껍질이 되었다고 해서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비어 있음 때문에, 우리는 더 오래 들여다본다. 이 작품에서 바다는 설명되지 않고, 조개는 말하지 않는다. 말하는 것은 오히려 남겨진 여백이다. 여백 속에서 시는 읽히고, 글씨는 풍경이 된다. 이 작품은 묻는다. 살아 있음이 사라진 뒤에도, 무엇이 남는가. 그리고 조용히 답
K-그라피 이존영 선임기자 | K-그라피는 단순한 글씨 예술의 변주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적 미감이 하나의 독립 장르로 분화되는 과정이며, 동시에 예술·산업·외교를 잇는 확장 가능한 문화 자산이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가, 확장 가능한가”라는 구조적 질문이다. K-그라피의 작품성: 감각·정신·구조의 완성도 K-그라피의 가장 강력한 작품성은 ‘복합성’에 있다. 문학성: 문장은 읽히는 동시에 사유를 유도한다. 시와 격언, 법문, 선언문이 작품의 핵심 언어가 된다. 조형성: 획, 여백, 먹의 농담은 회화적 완성도를 지닌다. 단순한 필체가 아니라 화면 구성의 미학이다. 철학성: 한국 사유의 핵심인 절제, 비움, 균형이 작품 안에 구조적으로 작동한다. 이는 K-그라피가 개인 취향의 공예를 넘어, **미술 시장이 요구하는 ‘담론 가능한 작품’**의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성: ‘한 점 예술’에서 ‘확장형 콘텐츠’로 K-그라피는 전통 회화보다 훨씬 유연한 확장 구조를 가진다. 원작 작품(Original Artwork) 에디션 프린트(한정판) 브랜드 협업(패션·공간·출판) 공공미술·도시 브랜딩 외교·문화
K-그라피 이존영 선임기자 | K-그라피의 선언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다. 그것은 잃어버렸던 우리의 감각을 다시 부르는 일이며, 오랫동안 타인의 언어로 설명해 왔던 붓 문화에 대한 주권 회복의 선언이다. 우리는 너무 오래 ‘캘리그라피(Calligraphy)’라는 이름 아래에서 글을 써왔다. 그러나 한글의 호흡, 한자의 정신, 먹의 밀도, 여백의 사유는 서구의 개념어 하나로 번역될 수 없는 세계였다. K-그라피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것은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 아니라, 원래 우리의 것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다. K-그라피의 선언 글자는 장식이 아니다. 글자는 생각의 흔적이며, 몸의 기록이며, 삶의 태도다. K-그라피에서 획은 기술이 아니라 호흡이고, 먹은 색이 아니라 시간이며, 여백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기다림이다. K-그라피는 묻지 않는다. “이것이 글씨인가, 그림인가.” 대신 분명히 말한다. 이것은 한국의 감각으로 쓰는 세계 언어다. 세계와 교류하는 비결 K-그라피가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번역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구 미술이 동양을 이해한 순간들은 늘 ‘다름’을 존중했을 때였다. 추상표현주의가 동양의 선과 여백에서 영감을 받았듯,
K-민화 이미형 대기자 | 해마다 새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한 글자를 떠올린다. 바로 ‘福복 이다. 그러나 이 글자를 단순한 행운의 기호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이미 복의 절반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福은 우연이 아니다. 福은 기다림이 아니라 도래到來 이며, 정지된 상징이 아니라 움직이는 기운이다. K-민화 ‘福’자 안 에 병오년의 붉은 말을 담아낸 이 작품은 그 오래된 진실을 다시 일깨운다. 복은 가만히 벽에 붙어 있는 글자가 아니라, 삶을 향해 힘차게 달려오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말은 예로부터 길조였다. 전쟁에서는 승전의 상징이었고, 평시에는 교류와 번영, 그리고 민간에서는 출세·속도·성취를 의미했다. 특히 병오년의 말은 ‘붉은 말’이다. 붉음은 불火의 기운이며, 정체를 허락하지 않는 추진력과 생명력의 색이다. 이 작품 속 말은단순히 福자를 장식하는 도상이 아니다. 福자의 구조 안에서 말은 몸을 일으키고, 시선을 앞으로 두며, 지체 없는 움직임을 준비한다. 이는 곧 이렇게 말한다. “복은 준비된 삶을 향해 먼저 움직인다.” 福자의 조형 또한 의미심장하다. 전통적으로 福은 ‘신에게 올리는 제사’와 ‘가득 찬 그릇’을 뜻한다. 이 작품에서는 그
K-민화 김학영 기자 | K-민화 전문 작가 담화총사의 신작 『복사꽃 미소에 머문 사슴』이 한국 전통 민화의 길상적 상징과 현대적 감수성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복숭아꽃(복사꽃), 연꽃, 사슴 등 민화 속 대표적인 길상 소재를 통해 복福과 수壽, 평화와 생명의 메시지를 전한다. 담화총사는 이를 전통적인 소재 해석에 머물지 않고, 신화적 서사와 정적인 자연의 순간을 결합해 감성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는 ‘신과 인간의 경계가 열려 있던 아득한 옛 시절’에서 출발한다. 영원의 숲을 떠난 사슴 한 쌍이 인간 세상의 끝자락에 이르렀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연꽃이 피어나는 고요한 연못가다. 그곳에서 복사꽃은 마치 미소 짓듯 활짝 피고, 붉은 해가 떠오르며, 자연은 한순간 축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장면은 단지 시적인 풍경이 아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상향의 형상화다. 하늘에서는 물새가 내려와 노닐고, 모란과 국화, 파초와 조롱박까지 온갖 길상 식물들이 만개한 이 정원은 자연과 인간, 신과 생명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이다. 작품 속 사슴은 그 가운데 조용히 서서 관람자에게 속삭이듯 말한다. “여기가 바로 복과 수,